1일 차 일기: https://bomulcisu.tistory.com/227
정관루 호텔: https://bomulcisu.tistory.com/229
남이섬 1일 차 일기에 이어
2일~ 3일 차 일기를 남겨 보려 한다.
2일 차
이튿날 아침에는 새벽 산책을 하고
(복띵이가 보통 새벽 6시에 일어나니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아침형 인간이 된다.)
호텔 조식을 먹은 뒤 본격적으로 남이섬 탐방을 했다.
곳곳에서 만난 생동감
이틀 차가 되어서야 제대로 느껴지는 남이섬의 생동감.
가을에 들어서 붉게 물드는 잎들이 춤추듯 떨어지는 걸 보고
복띵이도 신나서 잎을 잡으려고 발을 들썩였다.
그 모습이 떨어지는 잎과 같이 춤을 추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흙바닥에서는 웅크려 앉아 작은 손가락으로 뭔가를 쓰느라 바빴다.
아직 글자를 모르는데도 본능적으로 뭔가를 그리거나 쓰려고 애쓰는 게 신기했다.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모래 감촉이 신기한 것 같기도 하고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선들을 보는 게 재밌는 것 같기도 하다.
뭐든 지금 복띵이에게는 하루가 1년같이 길고 모든 게 생생할 테지.
걷는 길 곳곳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남이섬의 생동감이 더욱 생생히 느껴진다.
복띵이는 먹이를 찾느라 연신 푸르르 거리는 오리들을 한참을 보고도 모자라
오리를 뒤로 하고 떠날 때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먹이를 찾고 탐색하는 청설모와 다람쥐를 한 장소에서 보는 것도 신기했다.
둘 다 먹이가 비슷해서 인지 함께 보는 일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날 인터넷으로 찾아보기 전까진 청설모가 다람쥐를 먹는 줄 알았다.
복띵이는 소리를 지르며 공작새를 따라다녔다.
유유자적하게 평화를 즐기던 공작에게는 별안간 닥친 위협이었을 게 분명하다.
우리는 결국 복띵이를 어깨에 메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다양한 공간과 조형물에 대한 느낌
100년 폭포 근처에는 이런 공간이 있다.
돌로 이루어진 벽과 따뜻한 느낌의 나무 창을 보면서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이런 느낌이 드는 집을 짓고 싶어졌다.
동화책 한 권이 창문 밖 자연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공간.
작지만 온몸으로 다정하게 안아주는 듯한 공간이 좋았다.
그런 집이라면 바깥에서 받은 어떤 부담감도 저절로 녹여 없애줄 것 같다.
(이런 걸 낭만이라고 하나?)
첫날에도 느꼈지만 남이섬은 자연 곳곳에
예술적으로 가공한 작품들을 징검다리처럼 놓아두고
그곳을 자연스레 구경하면서 공간을 이동하도록 만들어 둔 것 같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서 더 재미있다.
가을 초입, 한 겨울의 크리스마스를 느끼게 해 준 공간이다.
'곰'을 발음할 줄 알게 된 복띵이는 연신 '곰'을 외치면서 곰 조형물 앞에 섰다.
이제 '이렇게 해봐.'라고 하면 어설프게나마 따라 할 줄 알아서
감사하게도 똑같이 손 모으는 사진 하나를 남길 수 있었다.
이런 무대 공간도 있었는데 복띵이가 이곳 남이섬에 머물면서 가장 많이 찾은 장소다.
이 무대를 오르내리는 계단이 복띵이에겐 최고의 장난감인 것 같다.
작품 전시 공간
남이섬에는 예술작품 전시공간이 많다.
계절마다 테마가 바뀌는 전시나 예술 축제도 자주 열린다고 한다.
남이섬 관광컨셉 자체가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데 있어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예술작품에 대한 특별한 조예가 있는 건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흥미 있는 전시관이 있으면 들어가 슬쩍 구경을 하고 나왔다.
그림책 전시회에는 그림작가들의 개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진흙 모형 전시회에는 마치 고대시대에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 같은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외 우리가 즐긴 것
요즘은 인생 네 컷이라는 게 유행인 것 같다.
우리 가족도 몇 번 찍었는데 이곳에서도 추억 삼아 찍기로 했다.
복띵이가 너무 움직여서 세 명이 제대로 된 얼굴을 하고 있는 사진이 없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그런 우스꽝스러운 추억도 하나 남았으니 만족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주전부리를 즐겨보고 싶었다.
많이 먹지 못하는 편이라 주전부리를 먹으면 식사를 못해서 늘 먹고 싶어도 참았는데
이번에는 식사를 거르더라도 먹어보자 싶어 선택한 눈사람 호떡.
개인적으로는 다시 먹을진 모르겠다.
내 것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눈사람 호떡의 윗부분에만 꿀이 있고 아래에는 꿀이 거의 없었다.
콩은 호떡 빵의 그 바삭한 식감이 좋아서 꿀이 없는 부분도 맛있다고 했지만
단 게 좋은 나는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다.
3일 차
3일 차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세 시간이라는 장거리 이동을 앞두고 있어서
복띵이를 이른 오전에 최대한 많이 뛰어놀게 한 뒤 빠르게 출발해
차에서는 최대한 자면서 이동할 수 있길 바랐다.
그래서 이날은 이른 아침부터 2일 차에 가보면서 좋았던 곳은 한번 더 보고
복띵이가 뛰고 싶어 하는 곳 위주로 다녔다.
그렇게 남이섬에서 만났던 모든 동물들을 한 번씩 더 보고
청설모와 다람쥐를 따라 '뛰뛰=달리기'를 열심히 한 후에야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체크아웃할 때 호텔에 요청해 올 때 타고 왔던 차를 타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기사님이 짐도 내려주시고 이것저것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돌아오는 이날, 약하게 비가 내렸다.
이제 얼른 집에 가라고 날씨요정이 어깨를 토닥이는 것 같았다.
복띵이는 다시 배를 타는 게 좋았는지 연신 '배'를 외치면서 몸을 들썩였다.
다행히 배에 탄 동안에는
'배에서는 안전을 위해 유모차에 타야 한다.'는 지극히 어른스러운 생각에
복띵이가 어느 정도 동의해 준 덕분에
나름 편안히 남이섬을 나올 수 있었다.
남이섬을 나와서는 주차해 둔 차까지 걸어서 이동해야 했는데
주차장까지 가는 길이 다소 경사져 복띵이가 탄 유모차와 그 외 짐들을 끌고 가는 데 약간 힘이 들었다.
그나마 내리는 비가 거의 그치듯 와준 덕분에 많이 젖지는 않고 차로 도착했다.
나올 때는 어플로 미리 차량등록을 해둬서 자동결제가 돼 편하게 나올 수 있었다.
가는 길에는 차에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전통 순두부 닭갈비'라는 식당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했다.
이 식당을 선택한 이유는 메밀 전병이 먹고 싶기도 했고
또 복띵이가 먹을만한 건강한 단백질 메뉴가 있었으면 해서다.
근처 다른 식당은 주로 닭갈비가 메인이라 복띵이가 먹을만한 게 없었다.
여행 동안 계속 시판 이유식을 먹인 게 마음에 걸리기도 해서
직접 두부를 만드신다는 후기에 이곳을 선택했다.
메인 메뉴를 먹어본 건 아니라서 따로 후기를 남기진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시킨 메뉴 모두 맛있었다.
전병(8천 원)은 매콤 짭조름한 김치 속과 기름을 머금어 바삭한 메밀옷이 잘 어울려 맛있게 먹었다.
모두부(만원)도 직접 만들어 그런지 더 고소하고 단단하게 느껴졌다.
포장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큰 통에 두부와 함께 물도 담아 주셔서 감사했다.
그런 세심한 배려에 먼 곳에서 온 한 손님은 감동했다.
다행히 복띵이도 맛있게 잘 먹어줘서 더 감사했다.
이날 세 시간 운전동안 복띵이는 두 시간 넘게 잘 잤다.
남은 시간에는 점심을 먹였고 그러고 나니 벌써 집에 도착해 있었다.
긴 시간 운전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사하게도 복띵이가 도와준 덕분에 편안히 올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감사하다.
이렇게 20개월 아기와 함께한
남이섬에서 2박 3일 여행 일기를 마친다.
무사히 돌아와서 감사하고
긴 글임에도 놓치지 않고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도 지금
이곳에 있는 모든 분들의 순간이
평온하게 흘러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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